생전 처음 느껴보는 두근거림을 안고 도착한 인천국제공항은 내 상상 속 그것보다도 훨씬 크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드디어 내 인생에 첫 모험이 시작되는구나...!중학교 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타본 제주행 비행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나의 큰 착각이었다.줄서서 짐을 부치고 절차를 밟는데만 2시간이 걸렸다. 물론, 나는 너무 설레어서 힘든지도 몰랐지만 부모님께서는 상당히 힘들어 하셨고 우여곡절끝에 모든 탑승 준비를 마치고 가족들과의 마지막 식사를 함께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진도 찍었는데 예전의 기억을 들여다보면 이따금씩 느껴지는 아련함이랄까... 사진 속 나와 가족들의 모습은 정말 아련한 모습이었다.) 주말 신파극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내게도 일어날 줄이야.공항 출국 게이트를 통과하고 자..
나는 유독 늦바람을 타고 대세에 합류하던, 뽐내기 좋아하고 노는걸 좋아하는 그저 그런 학생이었다. 공부를 너무 못하지도, 너무 잘하지도 않는 딱 그 정도의 어중간함. 그게 당시에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단어였던 것 같다. 중학교를 막 입학했을 때, 나 역시도 공부에 미쳐본 적이 있다. 치열하게 민사고를 졸업하고 아이비리그에 가서 꿈을 펼치는, 너무나도 환상적이고 멋있는 사람의 수기를 읽고 난 후였다. 물론 누구나 과거가 있듯, 나 역시 일종의 ‘사건’이 있었고 결국 그저 밍밍하고 싱거운 16살 인간이 되었다. 외고, 자사고, 특목고 열풍이 한창이였던 2007년쯤이었다. 나 역시도 외고 입학을 목표로 하루에 2/3의 시간을 보내는 학원이 있었는데, 주말에도 거의 항상 학생들을 학원에 불러 모아내..